RoCats Story · 로캣츠 동화 · 1권

우리가 로켓을
만든 건 아니지만

로캣츠의 가장 작은 용역, 가장 큰 하루

👑 로이 ⚡ 제이 🗺 플래니 🔬 알디 📣 스트라즈 🎬 에딧 📚 루니

Vol. 1 · 완결 · 전 6화

Chapter 01

용역이
왔다

팩스 한 장. 아무도 안 받는 일을 받다.

로켓 개발단지 B동 203호. 문에는 종이 한 장이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손글씨로 쓴 글자가 조금 삐뚤어져 있었다.

📄
B동 203호 문패「로캣츠 RoCats — 인사·노무·교육 / 그 외 뭐든」

'그 외 뭐든'이라는 문구는 나중에 제이가 볼펜으로 덧붙인 것이었다. 로이는 그걸 볼 때마다 지우려다가, 결국 매번 그냥 뒀다.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그날 아침, 팩스가 왔다.

팩스기는 사무실 구석에서 먼지를 덮어쓰고 있었다. 그걸 아직 쓰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잠깐 멈칫했다.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에딧이 헤드폰을 한쪽 귀에서 내리고 주워 읽었다. 그러더니 조용히 사무실 한가운데에 올려놨다.

· · ·
🦝
에딧 — 회색 너구리, 편집·촬영 담당헤드폰을 내리는 일은 드물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신호였다.

에딧「...읽어봐요.」

📠
팩스 내용 전문수신: 로캣츠
의뢰 내용: 이번 주 금요일 오후 2시, 로켓 발사 현장 인근 마을 아이들 대상 과학 체험 행사 진행.
담당자 연락 두절. 대행 업체 전원 거절.
가능하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달빛 마을 이장 최씨
· · ·

로이는 팩스를 두 번 읽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소리 내어 읽었다. 읽고 나서 창밖을 봤다. 창밖에는 A동이 있었고, A동에서는 진짜 로켓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로켓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
로이 — 하얀 고양이, 리더꼼꼼한 성격. 결과에 연연한다. 지금은 아주 조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이「과학 체험 행사요? 우리가요?」

로이「...금요일까지 사흘이야.」

제이「그게 대답이에요?」

로이「일단 인원 확인.」

🖤
제이 — 투톤 고양이, 테크 담당뭔가 항상 해놓고 있다. 지금도 한 손에는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제이「로이, 저, 플래니, 알디, 에딧, 루니... 스트라즈는 어딨어요?」

로이「모른다.」

제이「그럼 여섯이네요. 아이들 몇 명이에요?」

로이「안 적혀 있어.」

제이「...예산은요?」

로이「안 적혀 있어.」

제이가 태블릿을 내려놨다. 이것도 드문 일이었다.

· · ·
🗺️
플래니 — 삼색 고양이, 기획 담당이미 메모장을 꺼내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미리 준비하는 성격.

플래니「저 어제 달빛 마을 지나쳤어요. 거기 아이들 많던데. 한 서른 명쯤?」

로이「어제? 왜 거기를?」

플래니「그냥 산책하다가요. 마을이 예뻤어요. 근데 발사대 소음이 꽤 심하더라고요. 애들이 귀를 막고 있었어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로이는 다시 팩스를 봤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사흘. 예산 미정. 인원 여섯. 대상 아동 약 서른 명. 주제 과학 체험. 담당자 없음. 대행사 전원 거절.

숫자로만 보면 받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로이는 수락 버튼을 눌렀다.

아, 팩스라서 버튼은 없었다. 그냥 전화를 걸었다.

· · ·
🔬
알디 — 갈색 고양이, 연구개발 담당어디선가 나타났다. 흰 실험복에 뭔가 묻어 있었다.

알디「...저 지금 실험 중인데요.」

로이「알아. 잠깐만.」

알디「아이들이요? 과학이요? 저요?」

로이「너 연구개발 담당이잖아.」

알디「그건 제 연구지 남한테 설명하는 게 아니라고요...」

로이「알디.」

알디「...네.」

알디는 항상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결국 했다.

· · ·
🐇
루니 — 하얀 토끼, 리서치 담당박식하다. 세상 물정은 잘 모른다. 지금도 책갈피를 끼우며 물었다.

루니「아이들 대상 과학 체험 행사라면, 국내 사례 기준으로 가장 효과적인 포맷은 참여형 실험 스테이션 방식이에요. 2019년 교육부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제이「루니, 우리 사흘이야.」

루니「...사흘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모두「...」

루니는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그래서 가끔 가장 맞는 말을 했다.

· · ·

그날 저녁, 로캣츠 B동 203호에 불이 켜졌다.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제이가 30분 만에 짜낸 행사 구조도가 가득 채워졌고, 플래니는 달빛 마을 지도를 그렸고, 알디는 어디선가 상자 하나를 끌고 왔다. 루니는 노트북 세 개를 동시에 켜놓고 자료를 뒤졌다. 에딧은 카메라를 꺼내 먼지를 닦았다.

로이는 한동안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화이트보드 앞으로 걸어갔다.

로이「좋아. 시작하자.」

그 순간 복도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문이 벌컥 열렸다. 빨간 안감 망토를 휘날리며 누군가 들어섰다.

🐕
스트라즈 — 갈색 멍멍이, 소속 불명갑자기 나타났다 한동안 안 보이기도 한다. 지금은 나타난 타이밍.

스트라즈「나 왔어! 뭔가 큰일 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제이「어떻게 알았어요?」

스트라즈「몰라. 그냥 느낌.」

아무도 더 묻지 않았다. 스트라즈는 원래 그랬다.

사무실에는 사람 냄새와 커피 냄새와, 조금의 긴장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조금의 기대도.

Chapter 02

각자의
방식

같은 목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여섯 마리

다음 날 아침 여덟 시. 로캣츠 B동 203호에는 전날 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컵라면 용기 네 개,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은 화이트보드, 그리고 책상 위에서 자다 깨어 안경을 찾고 있는 알디.

🔬
알디 — D-2 오전 8시, 사무실안경은 머리 위에 있었다. 알디는 5분 후에 알아챘다.

알디「...로이 씨, 집에 안 갔어요?」

로이「갔다 왔어.」

알디「거짓말.」

로이「커피 있어.」

D-2 ACTION PLAN — 담당 분배
✓플래니 — 달빛 마을 현장 답사, 행사 공간 확인
✓루니 — 커리큘럼 리서치 및 초안 작성
✓알디 — 과학 실험 콘텐츠 개발 (3종 이상)
✓제이 — 장비·물자 조달
✓에딧 — 기록 및 현장 촬영 준비
✓스트라즈 — ... (확인 중)

장면 1 — 달빛 마을 · 오전 10시 · 플래니

플래니는 아침 일찍 나섰다. 달빛 마을은 버스로 이십 분 거리였다. 마을 입구에 서자마자 메모를 시작했다.

🗺️
플래니의 현장 메모 (발췌)마을 공터 — 약 150평. 나무 그늘 있음. 바람 방향 북서. 화장실 마을회관 내부, 걸어서 2분. 아이들 연령 추정: 5세~13세 혼재.

아이「언니, 뭐 해요?」

플래니「금요일에 여기서 행사 할 건데. 어떤 거 하고 싶어?」

아이「로켓!」

아이「저기 있잖아요, 매일 쾅 하는 거. 그게 뭔지 알고 싶어요.」

아이들은 매일 소리를 듣고 있었다.
무서운 소리인지, 신기한 소리인지도 모른 채.

장면 2 — 사무실 · 오전 11시 · 루니

루니「로이 씨, 커리큘럼 초안 나왔어요. 총 다섯 챕터로 구성했어요. 1챕터는 뉴턴의 운동 법칙 개론, 2챕터는 로켓 추진 원리—」

로이「루니. 대상이 초등학생이야. 그중에 유치원생도 있어.」

루니「...아.」

로이「'왜 로켓은 위로 올라가냐'만.」

루니「그게 다예요?」

로이「그게 다면서 다가 아닌 거야.」

장면 3 — 창고 복도 · 오후 1시 · 알디

알디는 사라져 있었다. B동 지하 창고에서 실험 재료를 찾는 중이었다. 그러다 낡은 상자에서 작은 모형 로켓을 발견했다. 누군가 직접 만든 것 같았다. 나무와 금속을 조합한, 정교하지만 서툰 솜씨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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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디 — 창고, 혼자누가 만든 건지, 왜 여기 있는 건지 몰랐다. 그냥 챙겼다.

장면 4 — 사무실 밖 주차장 · 오후 2시 · 제이

제이「아 형, 나야. 접이식 테이블 열 개만 빌릴 수 있어? 이틀만. ...파라솔도 있으면... 고마워. 밥 살게.」

제이 조달 현황 (오후 3시 기준)
✓접이식 테이블 10개 — 확보
✓파라솔 5개 — 확보
✓문구류 (크레파스, 색종이 등) — 후원 확정
✗이동 차량 — 에딧 차로 가능?

장면 5 — 사무실 · 오후 4시 · 에딧

로이「에딧, 촬영 계획은?」

에딧「아이들 표정 위주로요. 설명하는 거 말고.」

로이「설명하는 건 안 찍어?」

에딧「찍긴 찍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에딧은 항상 렌즈 너머에서 봤다.
그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장면 6 — 어딘가 · 오후 5시 · 스트라즈

🐕
스트라즈 메시지 — 오후 5:03「나 잘 하고 있어.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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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여덟 시. 다들 사무실에 모였다. 플래니는 공터 도면을, 루니는 커리큘럼을, 알디는 실험 재료를, 제이는 조달 목록을 가져왔다. 에딧은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았다.

제각각인 줄 알았는데.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밤 열 시가 넘어서야 자리를 정리했다. 에딧은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고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렀다. 소리 없이.

Chapter 03

뭔가
잘못됐다

D-1, 리허설의 날. 준비는 끝난 줄 알았다.

D-1. 목요일 오전. 알디의 실험 리허설이 시작됐다. 첫 번째 풍선 로켓, 두 번째 페트병 로켓. 그리고 세 번째, 창고에서 발견한 낡은 모형 로켓을 꺼냈다.

알디「이건 그냥 보여주는 거예요. 마지막에. 진짜 로켓을 만들려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걸.」

제이「모르면 어떻게 설명해요?」

알디「모른다고 하면 되죠.」

플래니「아이들이 더 궁금해할 것 같아요. 모르는 게 더 신기하잖아요.」

오전 11시 40분 — 전화 한 통

📞
로이 — 통화 중, 표정이 바뀌고 있었다처음엔 메모를 하다가. 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참 듣기만 했다.

로이「...공터 못 써. 내일 오전에 도로 공사가 생겼대. 공터 진입로가 막혀. 오후 두 시까지 끝날지 모른대.」

행사 시작 시간이 오후 두 시였다.

문제 요약
행사 장소 접근 불가 가능성 — 오후 2시 공사 종료 여부 미확인
커리큘럼 저작권 문제 — 루니, 자료 전면 재제작 필요
동의서 미제출 — 아이들 중 여섯 명 부모 미서명
· · ·

제이「공사 구간 확인해볼게요. 우회로가 있을 수도 있어요.」

플래니「제가 어제 다른 길로 왔어요. 좁긴 한데 차는 지나갈 수 있었어요.」

루니「도로 공사 민원 기준으로 오후 1시 이전 완료가 원칙이에요.」

제이「그게 원칙이고 현실은 달라요.」

루니「...그래도 확률은 있어요.」

문제가 생겼을 때
이 팀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방향을 틀었다.

오후 4시 — 스트라즈

🐕
스트라즈 메시지 — 오후 5:03「나 잘 하고 있어. 믿어.」

스트라즈「달빛 마을 가봤거든. 동의서 여섯 명 부모님들 직접 찾아다니면서 설명하고 있어.」

로이「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스트라즈「어제부터.」

로이「...수고해.」

· · ·

밤 아홉 시, 루니와 플래니가 만든 커리큘럼이 완성됐다. 직접 그린 그림이 들어가 있었다. 마지막 장에는 낡은 모형 로켓 스케치가 연필로 그려져 있었다.

알디「...잘 그렸네요.」

플래니「루니가 설명해줬어요. 저는 그린 것뿐이에요.」

루니「저는 글만 썼어요.」

그러니까, 둘이 같이 만든 것이었다.

달빛 마을 어딘가에서는 스트라즈가 메가폰 없이 — 처음으로 메가폰 없이 — 한 집 한 집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Chapter 04

스트라즈
나타나다

D-Day. 드디어, 달빛 마을.

금요일 아침 여섯 시 반. 에딧의 작은 차 앞에 짐이 쌓여 있었다. 로캣츠 여섯 마리. 짐은 안 들어갔다. 팀은 둘로 나뉘었다. 플래니, 알디, 루니는 버스로. 에딧과 제이는 차로.

D-DAY 이동 현황
07:00플래니·알디·루니 — 버스 탑승
07:20에딧·제이 — 우회로 진입
07:50플래니·알디·루니 — 달빛 마을 도착, 공터 확인
09:10로이 — 도착
14:00행사 시작

달빛 마을 공터 · 오전 8시

공사는 끝나 있었다. 진입로가 열려 있었다. 플래니가 메시지를 보냈다. 「공터 진입 가능. 메인 경로로 와도 돼요.」

우회로 위 · 에딧의 차 안

제이「에딧은 왜 로캣츠에 있어요? 더 큰 데 갈 수 있었을 텐데.」

에딧「큰 데는 찍을 게 정해져 있어요.」

제이「여기는요?」

에딧「여기는... 뭐가 나올지 몰라요.」

뭐가 나올지 모르는 곳.
그게 로캣츠였다.

달빛 마을 공터 · 오전 11시 · 스트라즈

마을 입구 쪽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났다. 웃음소리. 그리고 스트라즈가 나타났다. 빨간 안감 망토를 휘날리며. 뒤에 아이들이 줄줄이 따라오고 있었다. 서른 명, 더.

🐕
스트라즈 — 아이들을 데리고, 공터 입구메가폰은 없었다. 그냥 걸어왔다. 아이들이 따라왔다. 그게 다였다.

스트라즈「나 왔어. 얘들도 왔어.」

로이「동의서 못 받은 여섯 명은?」

스트라즈「다 왔어. 어제 다 설득했어.」

스트라즈는 항상 뭔가 큰 일을 저지를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저질렀다.
다만 아무도 예상 못 한 방향으로.

달빛 마을 공터 · 오후 2시 · 행사

로이「안녕하세요. 저희는 로캣츠예요.」

아이「로켓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로이「...아니요. 로켓은 못 만들어요.」

아이「그럼 뭐 해요?」

로이「...오늘 여러분이랑 같이 로켓을 알아보려고 왔어요.」

알디「공기가 뒤로 나가면, 풍선은 앞으로 가요. 로켓도 똑같아요.」

아이「그럼 방귀 뀌면 날아가요?」

알디「...이론적으로는요.」

아이들이 폭발적으로 웃었다. 알디는 귀가 빨개졌다. 그래도 웃었다.

🦝
에딧 — 카메라 뷰파인더 안이게 찍고 싶었던 것이었다. 설명이 아니라. 표정.

오후 4시 · 낡은 로켓

알디「이건 저희 창고에서 발견한 거예요. 누가 만든 건지 모르고요. 날지도 못해요. 미완성이에요.」

아이「이거 우리가 완성할 수 있어요?」

스트라즈「그거 좋은 생각인데.」

로이「그건... 나중에 생각해볼게요.」

아이「꼭 와요.」

로이는 대답을 못 했다. 마음이 우주 저 멀리 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저 멀리가 아주 먼 데가 아니었다. 바로 이 아이 앞이었다.

로이가 항상 연연하던 결과란
숫자나 보고서가 아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거였는지도 몰랐다.

Chapter 05

마지막
밤

행사가 끝났다. 공터엔 로캣츠만 남았다.

오후 다섯 시. 아이들이 다 돌아갔다. 공터에는 로캣츠만 남았다. 바람이 색종이 한 장을 날렸다. 플래니가 무심코 잡았다. 아이가 그린 로켓 그림이었다. 로켓 안에 왕관 쓴 고양이 얼굴.

플래니「로이 씨, 이거 봐요.」

로이가 받아서 봤다. 한참 봤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 · ·

공터 나무 아래 · 스트라즈와 알디

알디「스트라즈는 어제 마을에서 뭐라고 설득했어요?」

스트라즈「우리 팀이 사흘 동안 준비했다고. 그리고... 아이들이 매일 소리만 듣고 사는 게 좀 아깝다고. 그 소리가 뭔지 한 번은 알아야 하지 않냐고.」

알디 — 속으로 그 소리가 뭔지 알아야 한다. 맞는 말이었다. 알디도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그랬다. 뭔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연구했다. 지금도 뭔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래서 지금도 하고 있다.

에딧의 차 옆 · 에딧과 플래니

플래니「로이 씨 얼굴이 이런 적 있었어요?」

에딧「...오늘 처음 봤어요.」

에딧 — 속으로 찍길 잘했다. 이런 건 한 번 지나가면 없어진다. 기록이 남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 못 한다. 그래서 찍는다.

공터 중앙 · 로이 혼자

로이 — 속으로 나는 결과에 연연한다. 오늘은 숫자가 없었다. 예산도, 성과 지표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 충분한 것 같았다. 아이가 웃었다. 알디가 귀가 빨개졌다. 루니가 떨면서도 끝까지 말했다. 스트라즈가 어제부터 마을에 있었다. 에딧이 카메라를 들었다. 제이가 간식을 샀다. 플래니가 메모를 접었다. 충분했다. 충분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로켓 개발단지 옆,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팀,
비주류 고양이들과 멍멍이와 너구리와 토끼.
오늘, 여기, 이 공터에 있었다.
· · ·

스트라즈「우리 잘한 거지?」

알디「방귀 로켓 질문은 못 예상했어요.」

루니「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에요.」

에딧「찍었어요.」

로이「...수고했어.」

· · ·
🌙
달빛 마을 공터 · 오후 8시가로등만 켜져 있었다. 오늘도 A동에서는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 공터에서도 뭔가가 만들어졌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것들이.

Chapter 06 · 完

우리가
해냈다

B동 203호로 돌아온 로캣츠. 그리고 또 한 장의 팩스.

토요일 오전. B동 203호. 로이는 일찍 나와 커피를 내리고 화이트보드를 봤다. 사흘 전에 적어둔 것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지우개로 닦았다. 깨끗해진 화면에 한 줄을 썼다.

📋
화이트보드 — 토요일 아침「다음엔 뭘 할까.」

열 시가 되자 하나씩 나타났다. 제이, 알디, 루니, 플래니, 에딧. 스트라즈는 없었다.

제이「스트라즈는요?」

로이「모른다.」

플래니「필요한 때 오잖아요.」

오전 10시 30분 · 에딧의 영상

에딧이 어젯밤 편집한 영상을 틀었다. 삼백 컷 중에 추린 열 개. 아이들의 웃음소리, 페트병이 솟구치는 소리, 마지막에 — 발사대 소리.

영상은 이 분 이십 초였다. 아무도 중간에 말하지 않았다.

알디「...저 귀 빨간 거 찍었어요?」

에딧「찍었어요.」

알디「빼주세요.」

에딧「안 빼요.」

알디「왜요?」

에딧「좋아서요.」

오전 11시 · 팩스

팩스기가 울렸다. 에딧이 주워 테이블에 올려놨다.

수신: 로캣츠
지난 금요일 행사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서 저녁 내내 로켓 얘기를 했습니다.
한 아이는 밤새 풍선 로켓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부탁이 있습니다. 다음 달에 한 번 더 올 수 있으신가요.
이번엔 아이들이 직접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낡은 로켓도 가져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 달빛 마을 이장 최씨
사흘 전, 처음 팩스가 왔을 때와
똑같은 말이었다.
해보면 알죠.

오후 1시 · 스트라즈

복도에서 쿵 소리. 문이 벌컥 열렸다. 스트라즈가 두루마리를 들고 나타났다. 달빛 마을 공터 도면에 작은 발사대가 그려져 있었다.

스트라즈「마을 이장님이 땅 한쪽 쓰라고 했어. 아이들 과학 교실 상설로 만들면 어떠냐고.」

알디「...기술적으로 가능해요.」

루니「제가 인허가 찾아볼게요.」

제이「예산은요?」

스트라즈「나머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지.」

🚀
화이트보드 — 오후 1시「장기 프로젝트 — 달빛 마을 과학 교실
완구 로켓 발사대 — 가능성 검토 중」
처음엔 팩스 한 장이었다.
예산도 없고, 정보도 없고, 사흘짜리 일이었다.
그게 지금, 화이트보드 두 줄이 됐다.

오후 3시 · 마지막 문장

📋
화이트보드 — 최종「우리는 로켓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로켓을 꿈꾸는 사람들 옆에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처음 심어주는 사람들이다.」

제이「로이 씨, 그거 좋은데요. 홈페이지에 써도 돼요?」

로이「홈페이지가 있어?」

제이「만들면 되죠.」

로이「...그래.」

에딧이 카메라를 들어 화이트보드를 찍었다. 소리 없이.

에필로그 — 그 뒤로

달빛 마을 과학 교실은 다음 달에 열렸다.
그 다음 달에도 열렸다.
아이들은 페트병 로켓을, 종이 로켓을, 나무 로켓을 만들었다.

낡은 모형 로켓은 알디와 아이들이 함께 세 달에 걸쳐 완성했다.
누가 처음 만든 건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냥, 이제는 모두의 것이 됐다.

로켓은 작은 공터 한쪽에서 처음으로 날았다.
높이는 오 미터쯤이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에딧이 찍었다.
알디가 귀가 빨개졌다.
루니가 노트에 받아썼다.
플래니가 손뼉을 쳤다.
제이가 씩 웃었다.
스트라즈가 메가폰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로이는 그냥 봤다.
계산하지 않고.

👑 로이
결과에 연연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다만 결과가 뭔지는 조금 달라졌다.
⚡ 제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주소는 rocats.kr. 접속자가 꽤 된다.
🗺 플래니
달빛 마을을 좋아하게 됐다. 산책 경로가 하나 더 늘었다.
🔬 알디
여전히 항상 당황하고 있다. 귀가 빨개지는 게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 스트라즈
여전히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다. 다음번엔 뭔가 더 큰 걸 가져올 것 같다.
🎬 에딧
로켓이 날아오르는 순간을 담은 사진이 한 장 있다. 아직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았다.
📚 루니
세상 물정은 여전히 잘 모른다. 아이들 앞에서 말하는 건 이제 조금 덜 떨린다.
· · · 完 · · ·

RoCats Story © 로캣츠 — 1권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