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
용역이
왔다
팩스 한 장. 아무도 안 받는 일을 받다.
로켓 개발단지 B동 203호. 문에는 종이 한 장이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손글씨로 쓴 글자가 조금 삐뚤어져 있었다.
'그 외 뭐든'이라는 문구는 나중에 제이가 볼펜으로 덧붙인 것이었다. 로이는 그걸 볼 때마다 지우려다가, 결국 매번 그냥 뒀다.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그날 아침, 팩스가 왔다.
팩스기는 사무실 구석에서 먼지를 덮어쓰고 있었다. 그걸 아직 쓰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잠깐 멈칫했다.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에딧이 헤드폰을 한쪽 귀에서 내리고 주워 읽었다. 그러더니 조용히 사무실 한가운데에 올려놨다.
에딧「...읽어봐요.」
의뢰 내용: 이번 주 금요일 오후 2시, 로켓 발사 현장 인근 마을 아이들 대상 과학 체험 행사 진행.
담당자 연락 두절. 대행 업체 전원 거절.
가능하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달빛 마을 이장 최씨
로이는 팩스를 두 번 읽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소리 내어 읽었다. 읽고 나서 창밖을 봤다. 창밖에는 A동이 있었고, A동에서는 진짜 로켓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제이「과학 체험 행사요? 우리가요?」
로이「...금요일까지 사흘이야.」
제이「그게 대답이에요?」
로이「일단 인원 확인.」
제이「로이, 저, 플래니, 알디, 에딧, 루니... 스트라즈는 어딨어요?」
로이「모른다.」
제이「그럼 여섯이네요. 아이들 몇 명이에요?」
로이「안 적혀 있어.」
제이「...예산은요?」
로이「안 적혀 있어.」
제이가 태블릿을 내려놨다. 이것도 드문 일이었다.
플래니「저 어제 달빛 마을 지나쳤어요. 거기 아이들 많던데. 한 서른 명쯤?」
로이「어제? 왜 거기를?」
플래니「그냥 산책하다가요. 마을이 예뻤어요. 근데 발사대 소음이 꽤 심하더라고요. 애들이 귀를 막고 있었어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로이는 다시 팩스를 봤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사흘. 예산 미정. 인원 여섯. 대상 아동 약 서른 명. 주제 과학 체험. 담당자 없음. 대행사 전원 거절.
그런데 로이는 수락 버튼을 눌렀다.
아, 팩스라서 버튼은 없었다. 그냥 전화를 걸었다.
알디「...저 지금 실험 중인데요.」
로이「알아. 잠깐만.」
알디「아이들이요? 과학이요? 저요?」
로이「너 연구개발 담당이잖아.」
알디「그건 제 연구지 남한테 설명하는 게 아니라고요...」
로이「알디.」
알디「...네.」
알디는 항상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결국 했다.
루니「아이들 대상 과학 체험 행사라면, 국내 사례 기준으로 가장 효과적인 포맷은 참여형 실험 스테이션 방식이에요. 2019년 교육부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제이「루니, 우리 사흘이야.」
루니「...사흘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모두「...」
루니는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그래서 가끔 가장 맞는 말을 했다.
그날 저녁, 로캣츠 B동 203호에 불이 켜졌다.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제이가 30분 만에 짜낸 행사 구조도가 가득 채워졌고, 플래니는 달빛 마을 지도를 그렸고, 알디는 어디선가 상자 하나를 끌고 왔다. 루니는 노트북 세 개를 동시에 켜놓고 자료를 뒤졌다. 에딧은 카메라를 꺼내 먼지를 닦았다.
로이는 한동안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화이트보드 앞으로 걸어갔다.
로이「좋아. 시작하자.」
그 순간 복도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문이 벌컥 열렸다. 빨간 안감 망토를 휘날리며 누군가 들어섰다.
스트라즈「나 왔어! 뭔가 큰일 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제이「어떻게 알았어요?」
스트라즈「몰라. 그냥 느낌.」
아무도 더 묻지 않았다. 스트라즈는 원래 그랬다.
사무실에는 사람 냄새와 커피 냄새와, 조금의 긴장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조금의 기대도.